외교부와 인질 협상-필리핀에서의 경험-
7월 26th, 2006 at 04:39pm chul
해외 특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국가에서 해외근무를 할 경우에는 항상 신변의 위협이 뒤따른다. 나의 경우는 필리핀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필리핀은 NPA(민족해방전선)라는 무장단체가 반정부투쟁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다. 공산주의 이념을 기본으로 제국의 침략에 저항에 민족해방을 주장하고 단체이다. 또한 아부샤야프를 위시한 남부지역에 무장게릴라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단체들은 종교적인 갈등을 때문에 결성된 단체들이다.
건설현장은 이런 무장단체들의 가장 좋은 표적이 된다. 건설현장 자체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건설현장에는 이권이 많고, 현금조달이 쉽다는 점에 있다.
흔히 연애편지라고 불리는 메시지를 무장단체들이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동원호같은 선박과는 달리, 먼저 행동을 하지 않고, 타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인질극을 벌여서 시끄럽게 하는 것보다 조용히 자신의 이해관계를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나한테 연애편지가 날아왔다. 경험이 없었던 나는 잘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경험이 많으신 관리부장께서는 대강 짐작을 하셨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신호인지도 알려 주셨다. 그분은 필리핀에서 납치를 당하신 적이 계셨고, 그들의 속성에 대해 잘 파악하고 계셨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으셨다.
당시 나는 20대후반, 부장님은 60을 바라보고 계신 나이였다. 현장에 한국인이 몇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님같은 나이지만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었다.
부장님은 곧 또다시 접촉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일단은 외출금지와 부득이 외출시에는 행선지를 불규칙적으로 이동하라는 지침을 내리셨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그 쪽에서 또다시 접촉을 해 왔다. 만나자는 것이었다. 모처 맥도널드 가게에서 접선을 하자는 것이다. 대표로 부장님과 소장님이 가셨다.
시간이 흘렀다. 부장님과 소장님은 무사히 그들과 협상을 끝내고 돌아오셨다. 맥도널드에서 만나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는데, 그들의 차를 타고 나서 어느 지점부터는 눈을 가리게 했는데, 그때부터 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적의 소굴로 가는 것이니만큼 보안문제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소장님과 부장님의 가장 큰 고민은 그들과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현장 직원들의 안전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협상을 잘 마무리해서 안전하게 공사를 수행할 수 있을까..여러날을 고심하셨다.
이때 과연 누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대사관일까? 언론기자들일까? 필리핀 정부일까?
결론은 누구도 우리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한국대사관에 알린다면, 그곳은 한국정부를 대변하는 외교사절로써 여러가지 제약사항들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개인보다는 국가라는 대의에 보다 더 충실해야 하는 것이 그들이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알린다? 기자들에게는 이것은 하나의 뉴스거리일 뿐이다. 그들은 우리입장에서 여론을 이용할 수 있으면 모르지만, 결코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만 더 부풀어지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 그들은 반정부단체와 협상자체가 굴욕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고, 그런 시나리오는 우리직원의 안전은 가장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오늘 외교부와 PD수첩간의 갈등은 동원호 선원들에게는 참으로 도움이 안되는 싸움이다. 사람의 목숨을 걸고 협상하는 것은 협상자들도 목숨을 걸 정도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분도 잃고, 결과도 예상치 못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필리핀 현장에서 슬기롭게 납치의 협박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건설공사를 마치고, 이익도 남길 수 있었던 밑거름은 소장님과 부장님의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깊고 깊은 고민과 결단 속에서 만들어 진 것은 아닐까…
그 분들이 그리워진다..
이 글은 사회/교육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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