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1년 반, 불안해?
7월 31st, 2006 at 10:29am 낭장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은 일주일을 시작하는 상쾌한 월요일 아침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날에 아침부터 기분을 상하게 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일주일을 짜증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컬럼("남은 1년 반, 불안해 어찌살까)이 그런 부류의 기사가 아닐까 한다. 컬럼의 논지는 이렇다.
얼마전 말수가 적은 외교관 출신 대선배가 한마디 했는데, 그것이 ‘요즘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도 덧붙이면서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의 무능과 대통령의 무능을 시스템으로 보완해주는 비상체계조차도 없다는 결론을 짓는다.
이 컬럼은 주로 인용을 이용해서 논지를 펼쳤다. 처음에는 전직외교관, 두번째는 김수환 추기경, 세번째는 박진의원의 발언을 언급했다. 인용자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배경 묘사에도 충실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말에 의한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의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어떤 말의 부분적인 인용은 그 발언의 전체적인 배경과 맥락 속에서 의미가 있을 때, 인용을 해야 한다.
어떤 발언들을 단편적으로 뽑아내서 짜집기를 한다면, 왜곡된 논리를 전파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전직외교관은 단순히 ‘불안하다’는 표현을 했다. 그 불안은 곧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 ‘외교안보의 걱정’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박진 의원의 미국관리의 말은 또다시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외교안보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으로 이어진다.
개별적인 사안들이 이런 식으로 묶어져서 총체적인 외교안보의 불안함으로 연결되고, 독자들은 우리나라 외교안보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과연 전직외교관은 이런 결론에 동의를 할 것인가? 추기경과 박 의원도 이런 논리 전개에 동의를 할 것인가? ‘한국에는 일본수준의 비상계획이 없다’라고 말한 미국관리도 이런 총체적인 불안과 위기의식에 동의할 것인가?
인용의 짜집기는 왜곡된 사실을 전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메카니즘이다. 부분적으로는 틀린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부분이 연결되어 전체를 구성할 때, 그 전체의 맥락에서는 인용된 부분은 왜곡될 수 있다. 그리고 왜곡된 부분은 왜곡된 전체의 맥락에 충실히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남은 1년 반이 불안할 수도 있고, 불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불안은 이성적 판단이기 보다는 정서의 반응이다. 정서적 반응을 통해서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외교안보정책을 재단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이런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너무 전문적이고, 그런 전문적인 일에 관심을 가지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기자가 있고, 학자들이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자와 학자들이 이성적이지 않을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이런 컬럼이 대표적인 경우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어야 할 월요일 아침부터 열받는 머리의 뚜껑이 열리고, 가슴팍이 시려온다.
이 글은 유언비어에 속한 글입니다.
Leave a Comment
Some HTML allowed: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ode> <em> <i> <strike> <strong>
Trackback this post | Subscribe to the comments via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