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골동품 시장, 판지아 위엔의 점장이
11월 24th, 2006 at 12:36pm 상우아방
‘판지아위안’골동품 시장을 아실 겁니다.
원래는 시골 사람들이 집에서 뒹굴고 있는 항아리며 그릇이며를 들고 와서 북경 사람들에게 팔면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시장이지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보급 문화재가 종종 발견되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짝퉁 골동품과 지방 특산 공예품들이 넘쳐 나고 있는 곳이지요.
집에서 뒹굴고 있는 국보급 문화재를 헐값에 팔아 넘기는 어리숙한 시골 사람들이 이제는 없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장사꾼들과 외국 관광객을 포함한 구경꾼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지요.
어떤 도시 사람 하나가 시골 마을을 여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누추한 시골집에 물 한잔 얻어 먹으려고 들렀을 때였는데요. 촌로에게서 물 한 사발을 얻어먹던 이 사람의 눈에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밥그릇이 들어왔다는군요. 자세히 뜯어보니 범상치 않은 그릇이었지요.
도시 사람은 머리를 굴렸습니다.
" 할아버지, 고양이가 정말 이쁘네요… 저 고양이 저한테 파시지요. 값은 후하게 쳐드릴테니.."
" 정이 들은 놈인데… 어쩌나..하지만 정 청한다면 어쩔 수 없지~"
도시 사람은 고양이 값을 촌로에게 건네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 근데 할아버지, 고양이 가져가는 김에 이 고양이 밥그릇도 가져갈게요… 그래도 되지요?"
그런데 이 촌로, 누런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는 하는 말.
" 그건 안돼지~ 저 밥그릇 때문에 팔아먹은 고양이가 벌써 몇 십마리인데…"
..각설…
오늘은 모처럼 만에 이 시장 구경을 했습니다. 사람 숲을 헤치며 이것 저것 기웃거리는 맛, 아는 사람은 알지요. 그런데 시장 구경을 마치고 막 밖으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떠들고 있고, 주위에 사람들이 웅성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너비 3 미터, 폭 1.5 미터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의 천을 펼쳐놓았구요. 직사각형은 다시 16개 정도의 작은 사각형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작은 사각형 안에는 중국인의 성씨들이 분류되어 빼곡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작은 사각형에는 대략 5~60개의 성씨들이 쓰여있었고. 그리고 A4 용지 크기의 판넬이 10 여장이 있었습니다.
그 각각의 판넬에도 역시 수십개의 성씨들이 빼곡이 쓰여있었고.
점쟁이가 진행하는 게임의 룰은 이랬습니다.
먼저 점을 보려는 사람이 판넬에서 자기 성이 쓰여진 판넬을 고르지요. 절대 점쟁이에게 자기 성씨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판넬을 바닥에 펼쳐져있는 천에 있는, 역시 자기 성씨가 쓰여진 작은 사각형 위에 놓습니다. 그러면 점쟁이는 줄자로 손님의 손의 길이와 너비를 잽니다. 그리고는 말하는 것입니다.
‘왕선생 이시네…’
‘양여사 이시네…’
‘정선생 이시네…’
사람들의 얼굴은 순간 흙빛이 되고.
점쟁이가 건네주는 64절지 크기의 운수풀이를 읽습니다.
손의 크기로 뽑아낸 운수풀이입니다.
운수풀이를 심각하게 읽은 사람들은 3위안 (한국돈 5백원)을 점쟁이에게 건네고…
장난삼아 해봤던 사람들의 얼굴에 어느새 진지함이 내려 앉고 있었지요.
필경 판넬과 바닥에 있는 작은 사각형의 교집합에서 성씨를 찾아내는 것일겁니다.
그런데 그 교집합의 개체수가 3~4개는 되어보였습니다.
결국 25%~30%의 확률인데요.
‘줄자로 손의 길이를 재는 것’으로 그 확률의 관문을 뚫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구경꾼들의 열기는 고조되고, 점쟁이는 득의양양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인이라면 문제없다~ 다 맞출 수 있다~’
‘이건 점이 아니다. 과학이다~
‘호기심이 동하더군요. 나는 한국 사람이고, ‘박’씨는 중국 사람중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성씨가 중국에 있지만, 유독 ‘박’씨는 없습니다.
중국의 조선족 정도에만 ‘박’씨가 있을 뿐이지요.
그런 내 눈에 판넬에 쓰여진 ‘박’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점검을 했습니다.
‘박’씨가 써져있는 판넬과 바닥 직사각형의 교집합은?…
‘손’씨를 비롯, 역시 3-4개의 교집합 개체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어.. 이건 좀 어렵네… 그렇지만 한 번 해봅시다…"
점쟁이는 내 손 길이와 너비를 재고는 이렇게 내뱉더군요.
그리고는 남들에게는 하지않던,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한 번 긋는 시늉까지 했습니다.
역시 남들에게는 하지않던, 바닥의 직사각형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시늉을 냈습니다.
그리고는 말하는 것이었다.
" 피아오 (박) 선생이시네…"
나는 앞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고, 구경꾼들에게서는 다시 한번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 조선족이신가? 이런 성씨 가진 사람이 거의 없는데…"
점쟁이가 운수풀이가 적힌 종이를 내게 건네며 물어왔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운수풀이를 받아 들었지요.
점쟁이가 건네준 운수풀이를 읽었습니다.
왜 사람들의 얼굴이 ‘장난’모드에서 ‘진지’모드로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판지아위안에 가시거든, 이 길거리의 점쟁이를 한 번 찾아보시기를…
이 글은 국제관계/세계인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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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디어몹 | 11월 24th, 2006 at 5:44 pm
일사랑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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