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총장실 점거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패륜입니다.
1월 10th, 2007 at 09:55am coffeem

스승답지 않은 스승들이 많아서 말이 많습니다. 촌지를 받는 사람도 있고,
감정에 치우쳐 체벌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학생들의 형편에 따라 차별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훌륭한 분들도 많이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스승이라는 이름에 먹칠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사회에서는 가르
치는 분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현상은 중고등학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의 지성이 모였
다고 하는 대학에서도 그대로 통용됩니다. 교수라는 위치에 서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정작 교수가 된 수에 교수답지 못한 삶의
모습으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성의 없이 교과준비를
하는 사람, 여학생들에게 성희롱발언을 내뱉는 사람, 학생들을 이용해 자신
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 연구보다는 엉뚱한 것들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학생들 가운데 스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르치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그 말에 경청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스승이라는 고귀한 이름이 더 이상 존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
, 사회, 언론에 이르기까지 마치 스승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대회
라도 열듯이 하는 것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스승 노릇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스승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 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
니다. 스승다운 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자다운 제자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승이 스승다워야
제자가 제자다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항변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생각에 반대합니다. 제자다운 제자들이 스승을 반성하게 만들고 제대로된
스승이 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만들 수도 있으며, 반대로 마구잡이식의
제자들이 스승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절망감을 안겨주어 가르치는 일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한 가지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합니다. 중고등학교가 아닌 대학교에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총장실 점거라고
하는 패륜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총장실 점거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은 대학시절입니다.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데 그 요구가
수락되지 않자 총장실을 점거해버린 것입니다. 학원민주화라는 고상한
타이틀을 걸고 패륜을 저지르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의 데모에 대해
무척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런식의 총장실 점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학교 저 학교 구분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총장실 점거하는
일들이 발생했으며 그것이 마치 데모의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한숨을 내리쉬곤 했었습니다. 총장실 점거는 마치 적의 대장이 머물던
진지를 점령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동덕 여대의 총학생회도 총장실 점거라는 전통적인(?) 학내시위의 모습
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내용이 각기 다르
니 섣불리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고 말입니다. 다만 학생들이
시위를 하면서 꼭 그렇게 자신들의 스승, 아니 자신들의 스승들의 대표격인
총장의 집무실을 점령까지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총장실을 점거한다고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
해주지 않습니다. 또한 총장실 점거가 자신들의 주장을 학교 측에 관철시키
는데 큰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총장실을 점거당한 스승의
입장에서 볼 때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저버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손봉호 총장 측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아
야 합니다.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기 전에 먼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틀린다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수준
이라면 부모와 의견이 달라 충돌을 벌일 때 안방을 점령하는 행동도 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니겠는지요? 명백한 범죄 행위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면 일단
스승을 스승으로 대접해줄 줄 아는 것이 사람다움이 아니겠는지요?
갈수록 어른도 스승도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눈물이 날만큼
마음이 아픕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마땅히 예의를
지켜야 할 분야조차 무시한다면 우리나라는 갈수록 삭막해질 뿐입니다. 젊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스승들에게 스승다움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라 생각
하지만 그 전에 자신들 역시 제자다운 모습을 갖추어주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패륜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총장실 점거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패륜입니다. 그리고 의식 있는 젊은이들
이라면 설혹 데모를 지지하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총장실 점거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거부할 수 있는 분별력과 용기도 있어야 할 것
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스승다운 스승이 필요하듯 제자다운 제자도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글 더보기 : http://www.coffeem.net/Blog/blog_view.asp?blog_id=9999999980
이 글은 사회/교육에 속한 글입니다.
1 Comment Add your own
1. anna | 12월 18th, 2007 at 12: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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