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이번 퀴즈~

선착장 편지

9월 19th, 2007 at 08:19pm DongWoo

이 편지가 언제쯤이나 그대에게 당도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가다가 풍랑을 만나 부서지고 모난 파편들로
도착하게 될지도 또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지요?
이렇게 첫줄을 쓰고 나는 잠시 혼자 생각합니다.
비린내가 편지지에 스며
포박장의 낡은 배들처럼 소리를 냅니다.
 
삐그덕. 삐그덕.
어떠합니까.
가능하다면 이 바다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은 울릉도랍니다.
침략당한 유적의 슬픈 하소연이 들립니다.
바위도 산도 나무도
모두 적당히 더렵혀진 몸놀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장사치로 가득한 선착장을 벗어나
각각의 불빛들로 현황한 골목을 걸어
어느 바위 위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긴 시간을 걸어야만 합니다.
 
고결하게
때로는 더 없이 허투르게
저는 편지지를 접습니다.
내용은 다를 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보고싶습니다.
잘 지내고 있지요?
 
제가 오늘 들은 몇가지 전설을 얘기해 드릴까요?
모두 제각각 슬픈 얼굴로 포장된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어느 지역에서나 들을 수 있고
비슷한 얘기들도 무수합니다.
저는 다만 제가 보고 듣고 느꼈던
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여러번 그대를 생각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잘 지내고 있지요?
저는 그저 그렇습니다.
속의 울림 그대로
그저 그런대로 살았습니다.
 
이곳은 무척 좋습니다.
바다가 지나치게 파랗고
바위는 형형히 기이하며
갈매기도 많습니다.
그대가 보면 딱 좋아할 그런 것들로 가득합니다.
 
아아.
아름다운 것은 또 이렇게 슬픕니다.
노랗게 단풍든 마음에
이른 서리가 내린 기분입니다.
퇴색되어… 아픕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까?
 
솔직히 고백하건데
저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합니다.
원망하며 보낸 밤이 꽤 깁니다. 

이 편지처럼
제 마음으로 답장을 보내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해 포박당하여
어떠한 슬픔도 토해내지 못하더라도
이 편지는
북서풍의 짠 내음을 담고
창가를 몇번이나 두드리라
믿겠습니다.

http://paper.cyworld.com/beat082/701557

이 글은 소설/꽁트/시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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