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과 slope 맥주

그림자 놀이

9월 24th, 2007 at 07:06pm DongWoo

육교를 오르며 바쁜 행렬 속으로 헤엄쳐가는 순간
무심결에 옛 그림자를 밟아 버리고 말았다.
누런 이 내보이며 낡은 석양을 등진 모습으로
천천히 그림자 밟고 섰다. 바람이 자꾸 분다.
 
어느 날에는
내가 있고
네가 있었고
햇볕의 편린으로 부숴지는 은빛 창문과
만피트 허공까지 치달을 날개와
빗물, 장미 한다발, 커피, 얘기들….
얘기들, 웃음들
 
나는 웃으면서 걷는 법을 알았다.
남을 웃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았다.
외로울 때는 무엇을 해야하며
행복할 때는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분명한 날들.
사랑이 사랑으로서 있을 수 있는 날들.
 
앞서 걷는 너의 그림자 머리 끝을 쓰다듬어 보고
구두발로 장난스레 두들겨 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길을 잃어
 
어느새 이만큼 왔을까.
 
 
‘해가 어둡지 않아’
‘당연하지. 해는 원래 어둡지 않아’
 
잠시 으슥한 어깨를 땅으로 두고 고개를 숙인다.
시선 끝으로 옅어진 그림자가 보인다.
세월 흐르고
빈자리 여러차례 계절이 바뀌면
밝지 않은 하늘
그림자란 옅어지게 마련인가 보다.
과거의 그림자 밟으며
포박당해 어느 곳으로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 있다.
 
이제는 사라진 행렬 속으로
모든 것, 빗금의 사선마냥 흩어진다.
네가 머물다 간 자리
내 그림자만 남아서
혼자서 연극을 하고 있다.

http://paper.cyworld.com/beat082/708904

이 글은 소설/꽁트/시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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