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착각

퇴고하기

9월 25th, 2007 at 03:08pm DongWoo

낡은 글들을 꺼내 하얀 무명천으로 닦아대면

어찌 그리 반짝이는지, 티끌 털어내어 얼굴 비치는

부쩍 늙어 부끄러운 시간.

 

대기만성이라고 나는 시 한편 자신 있게 내놓는 날이

짧으면 1달이고 길면 10년도 걸리는지라

겁난다. 글을 쓰다가 어깨가 떨려 견딜 수가 없다.

몇번씩 펜을 던지다가

울적하고 외로우면 글 밖엔 할일이 없다.

 

 

 

시에 대한 토로 -2001年

 

‘젖가락을 드는 심정으로 펜을 든다’

시인이 목표였고 꿈이었던 선배는

코트 속 숨겨 두었던 팩소주처럼 쓰게 웃었다

 

‘언어의 살을 발라 노릇하게 구워’

단정하니 빗은 머리에 늘 비뚤어지지 않은 넥타이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단다.

 

‘손님에게 내놓는 거지. 식당 주인과 같아’

생은 역한 소주처럼 쓰다

안주도 없이 마신 술에 취해 울었다.

 

 

사이 소리 - 2003년

 

우리는 말이 없다

참되게 고민하다 삼킨 침묵

테이블 위

낮은 고요 흩날린다

 

나는 그대 듣는다

그대 말없는 소리 듣는다

커피 잔 향해 뻗은

손가락의 잔떨림

듣는다

그대 속눈썹의 변주를

진지하고도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결정

눈송이의 사그러짐

우리 사이

흐르는 소리 듣고 섰다

 

 

한 여름밤의 꿈 - 2000년

 

제 각각의 여름

각자의 여름에

각기 다른 생각 지니고

흐른다

 

그 곳에

어느 바닷가서 만난

이름모를 소녀가 있어도 좋다

혹은

슬픈 외사랑으로 끝난

어린 소년이어도 좋다

 

서로가 모르는 비밀

꽃잎에 편지 띄워 흘려보내도 좋다

 

여름 매번 오고

바람 빛날 때가 오면

 

바람은 마음

몸 속 가득 채워

부유하여도 괜찮다

http://paper.cyworld.com/beat082/711618

이 글은 소설/꽁트/시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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