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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정신이 필요한 시대 -이윤택을 만나다

7월 13th, 2006 at 09:56am cuty

연출가, 이윤택

게릴라 정신이 필요한 시대, 연극은 내 인생의 전부!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그에게는 ‘문화 게릴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요절한 시인 기형도가 생전에 그를 ‘문화의 무정부주의자’로 불렀던 데서 비롯됐다. 그는 제도권을 대표하는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20년째 이끌고 있다. 극단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바보각시’로 신선한 바람

"저는 아직도 게릴라입니다. 연극 자체가 제도권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저는 여전히 게릴라인 거죠. 요즘처럼 기초예술의 위기 시대에는 게릴라 정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서울 혜화동 로터리 부근으로 이전한 게릴라 극장에서 만난 이윤택은 극단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게릴라소극장은 연희단거리패의 전용 극장으로, ‘문화 게릴라’ 이윤택은 이곳에서 과거와 다른 형태의 ‘게릴라전’을 펼칠 태세였다.
"연극성이 살아있는 제대로 된 연극을 하기 위해 99석짜리 소극장으로 간 것입니다. 거의 8년 만에 소극장에서 작업을 하는 것인데, 연극의 언어가 주는 메시지를 살리자는 취지입니다. 최근 연극에서는 미장센이 중요해졌지만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한 언어가 죽어가는 것 같아서요."

20주년 기념의 첫 작품은 1993년에 초연된 ‘바보각시’로, 지난 6월 9일에 막을 올렸다. 연극 ‘바보각시’는 지하철 신도림역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바보각시가 주인공이다. 지식인인 취객, 실직 청년, 파출소장 등 남자들에게 ‘살 보시’를 하다 임신을 하지만 아버지를 자처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바보각시’는 포장마차 여주인이 임신한 채 쓰레기통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신문 사회면에서 보고 쓴 작품이다. 메시지는 그대로지만, 90년대보다 느슨하게 긴장을 줄이면서 몽환극 형태로 보여 지고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환경’이 점차 부각될 것

"환경에도 문화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 수질이나 공기 오염, 도시 질서 등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운동이나 환경 교육 역시 하나의 문화입니다. ‘바보각시’의 무대에는 쓰레기차가 나오고, 소외되고 오염된 세상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하나의 환경 연극이라고 할 수 있죠. 환경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타락시키기도 하고 정화시키기도 하면서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환경 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 개선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매립지 등 내 주변에 혐오시설로 여기던 매립지가 천만 그루 나무가 숨 쉬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추세다. 그는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가꾸느냐에 따라 우리 사는 곳이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극, 즐기지만 말고 좀 생각하며 보자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단지 공연을 즐기기 위해 대학로를 찾지 말고, 연극도 좀 생각하며 보자고 말한다.
"요즘에 대학로로 ‘즐기자, 뮤지컬’로 하며 와르르 몰려갑니다. 그럴수록 저는 ‘생각하라, 연극’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는 늘 지인들에게 "당분간 연극을 안 하고 쉬겠다."고 말하면서도 올해만 벌써 한 작품도 아니고 두 세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막 올린 ‘바보 각시’와 함께 오는 7월에는 경기도 문화의전당 제작으로 올려 지는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각색과 연출을 맡아 연습에 한창이다. 이 작품은 정조(正祖)와 정약용이 주인공으로, 뮤지컬 연출은 그에게 ‘태풍’ 이후 9년 만이다.
그에게 연극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인생 그 자체일지 모른다.
한국 연극의 정점에 선 그는 ‘연극의 대부’답게 오늘도 열정적인 하루를 열어가고 있다.

이 글은 생활문화에 속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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